더 글로리(The Glory), 용서는 없어 그래서 그 어떤 영광도 없겠지만

비극적 복수의 서막이 올랐다.

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 학생들에게 심하게 학폭에 시달린 문동은은 학교를 자퇴한 후 복수를 위해 모든 시간을 받쳐 준비를 한다. 그리고 어느 날 그들 앞에 나타나 서서히 턱 끝까지 칼을 깊숙이 들이민다. 매번 모든 학교 폭력이 잔인하고 비참하며 상처투성인데 이번 역시도 무서우리만치 잔혹하다. 문동은은 온몸이 고데기로 지져졌다. 머리를 말기 위해 온도체크를 한다는 핑계로 아이들은 동은에게 폭력을 가한다.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와 흉터로 그녀는 늘 열감에 쌓여있고, 몸이 간지럽다. 그리고 그 트라우마 속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고등학교 내내 욕은 기본, 발길질과 손찌검이 하루도 멈추는 날이 없다. 성희롱, 성적 수치가 빈번했고 자살하고 싶었지만 죽는 것 또한 쉽지가 않았다. 믿었던 가족은 또 하나의 가해자가 되고, 선생, 경찰, 그 어떤 어른도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았다. 동은 자퇴를 한다. 그리고 자퇴를 하는 날 패거리의 우두머리인 연진에게 이렇게 말한다. "넌 꿈이 현모양처야? 내 꿈은 너야, 연진아." 세월이 흘러 동은은 세명시 학교로 발령을 받고 초등학교 교사가 된다. 연진의 딸의 담임이 된 것이다. 이 사실을 안 연진은 히스테리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동은은 나머지 4명에게도 복수의 칼을 겨누기 시작한다. 마약을 하며 그림을 그리는 사라, 시집을 가 인생 한 번 바꿔보려는 스튜어디스 혜정, 골프장을 물려받은 재준, 그리고 재준 밑에서 심부름을 하며 지내는 명오까지. 학생 때와는 다르게 각자 가진 게 늘었다. 그래서 더 강해졌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약점이 더 많아졌다는 것을 몰랐다.

 

동은을 돕는 조력자들도 있다. 아마추어 탐정 노릇을 하는 현남, 그리고 동은에게 바둑을 가르쳐 주고 그녀를 돕는 의사 여정. 현남과 여정 또한 다른 형태의 폭력의 희생자들이다. 그들의 연대가 슬픈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리고 이 복수는 비극으로 끝날 것이다. 용서는 없고, 그래서 그 어떤 영광도 없을 것이라는 동은의 대사가 이를 알려준다. 위험한 공모. 복수라는 것이 오락 영화에서처럼 그렇게 통쾌하고 깔끔하지만은 않을 예정이다. 복수한 사람도 구원을 받지 못한다고 말한다. 화해와 치유 그런 것은 세상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같이 천천히 말라 죽어보자.

넷플릭스에서 정말 오랜만에 명작을 공개했다.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라 큰 화제가 되었는데 이야기의 구성과 특히 폐부를 찌르는 대사가 정말 명불허전이었다. 그리고 <비밀의 숲>의 안길호 감독의 연출 또한 1화부터 8화까지 단숨에 보게 만드는 큰 몰입감을 선사했다. 이번에는 파트 1만 공개가 되었는데, 파트 2가 나올 3월까지 정말 말라죽을 것만 같다.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려야 하나. 벌써 유튜브는 파트 2에 대한 뇌피셜이 양산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한 번 보면 멈출 수 없다는 간증을 하기 시작했다. 해외에서의 반응도 좋다. 아시아권에서는 공개를 하자마자 아주 쉽게 1위를 한 것 같다. 

 

무엇보다도 송혜교 배우의 연기, 아니 모든 출연자들의 그 신들린 듯한 연기가 너무 훌륭하다. 송혜교 배우의 입을 통해 김은숙 작가의 대사가 쏟아질 때 희열마저도 느낄 정도다. 이 끔찍한 가해자들에게 대체 어떤 형벌을 내리려고 하는가. 

넌 지금부터 그냥 당하는 거야. 내가 그랬던 것처럼.

기상캐스터 연진은 아마도 생애 최대의 위기일 것 같다. 동은의 목표는 마지막 순간 연진의 곁에 아무도 남기지 않는 것. 이미 연진의 남편 도영도 흔들리고 있다. 초등학생 예솔은 티 없이 맑고 선하다. 그것이 오히려 연진을 더 짓누르게 될 것 같다. 재준과의 관계는 결국 파국으로 갈 것이다. 동은을 돕지 않고 몰아세웠던 경찰 또한 담임선생처럼 처단될 것이다. 이미 손명오는 누군가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못하게 위해 처단된 것 같다. 사라는 즐겨 먹던 약 때문에 결국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스튜어디스 혜정. 뭔가 할 것도 없지만 역시 형벌이 내려질 예정. 이 다섯 친구와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이들이 과연 어떻게 벌을 받게 될지가 3월에 공개될 파트 2의 성공 여부를 결정지을 열쇠가 될 것 같다. 시청자들은 아무런 저항 없이 그냥 그 얘기에 당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