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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의 학교(The School for good and evil), 모호한 이분법

by 씨네마사파리 2022.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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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이렇다. 

아주 오래전 선과 악이라는 형제가 있었다. 둘은 누구보다도 우애가 깊었다. 모든 것을 함께 했다. 그래야만 이 세계의 균형이 유지가 되고 혼돈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선과 악은 학교도 세웠다. 선한 이들을 데려다가(납치?) 선한 학교에 입학시키고, 악한 이들은 악한 학교에 입학시킨다. 성선설과 성악설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부분 신비한 힘을 가진 이들은 둘로 나누어져서 강제 입학을 당한다. 그리고 선과 악은 경쟁을 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교류를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입학생들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모든 서양의 신화, 동화, 전설, 민담, 각종 이야기의 주인공과 빌런이라는 설정이다. 신데렐라, 백설공주, 아서왕 등등에서 나오는 주인공과 계모, 왕비, 적국의 왕들, 원탁의 기사 등등이 바로 이 학생들인 셈이다. 그들은 학교에서 정식 교육을 받고 동화책 등장인물들로서 역할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악은 이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악은 선인 형을 죽이고 학교를 차지한다. 세월이 흘렀다.

 

200년 정도. 가발돈이라는 마을에 사는 소피와 아가사라는 10대가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며 둘은 절친이다. 생김새가 마녀처럼 보인다고 아가사는 늘 왕따를 당한다. 시골 마을에서 살기 힘든 소피는 어떻게든 가발돈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리고 간절한 소원은 둘을 선과 악의 학교에 입학을 시켜준다. 그런데 소피는 자기가 선인이라고 믿었는데 악의 학교로 가게 되고 어느 쪽 학교에도 관심이 없던 아가사는 선의 학교로 가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좋은 캐스팅, 그렇지 못한 연출

이 영화의 조연들을 보면 캐스팅이 고퀄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양자경, 샤를리즈 테론, 로런스 피시번, 그리고 목소리 연기인 케이트 블란쳇 등을 보면 어마어마 한 것 같다. 다만 훌륭한 연기자와 그렇지 못한 연출이 만났던 것 같다. 이 영화는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했다고 한다. 어느 정도 서사나 메시지, 개연성, 구성 등등이 이미 검증이 됐을 것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내내 지루한데 특히 공감이 가질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 선과 악의 구분을 두는데 모호하다. 선은 그냥 호들갑스럽고 치장을 즐기는데 와중에 또 무리 지어 왕따 시키는 모습도 보인다. 선의 나쁜 모습만 보여주는 걸까. 그래서 선이 잘못됐다고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악도 마찬가지다. 그냥 악은 아무 이유도 없다. 위악을 떨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런 게 진정한 악인가 싶다. 이 둘을 나누는 기준도 이해가 안 되고 학생들의 태도도 말이 안 된다. 이런 것들이 나중을 위한 빌드업인가 봤더니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갑작스러운 소피의 흑화나 악의 화신 라팔의 행동에 마땅한 이유와 개연성이 부족해 보인다. 동화만도 못하다. 절대적인 선, 절대적인 악에 대한 묘사가 부족했던 것 같다. 

놀랍게도 후속편이 제작될 것만 같다

마지막 장면에서 가발돈으로 돌아온 소피와 아가사의 뒤에 아더왕의 아들 테드로스가 쏜 화살이 박히는 모습이 나온다. 선과 악의 학교를 넘어 가발돈으로까지 힘이 닿은 것이다. 그러면서 쿠키 비슷하게 끝을 맺는 것이 후속편 제작을 염두에 두는 것만 같았다. 실제로 원작은 후편이 있다. 다만 선과 악으로 나눠진 것이 아니라 남과 여로 나눠진 학교가 있다는 것이다. 젠더 문제를 다루는 것인지 아니면 또 산으로 가게 될지 모르겠다. 디테일에 더 신경을 쓰면 좋았을 것 같다. 예를 들면 악의 학교에 나오는 학생들이 모두 유명한 동화의 출연진인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배역이 없다. 그런 디테일이 좀 살았으면 훨씬 드라마가 풍성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극 중 대사 중에 선이 계속해서 악을 이겨왔지만 잔인했다고 하는 장면이 있다. 인어공주의 혀를 잘랐다거나(목소리가 안 나오게 된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하는 잔혹동화 같은 설명이 있는데 기존의 동화를 다르게 표현한 장면은 좋았던 것 같다. 지금 흥행 성적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다. 성적의 정도가 후속편 제작을 판가름 지을 것 같다. 매우 의문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좋은 결과가 나오고 다음 편에서는 좀 더 다른 방향에서 접근해볼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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