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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소녀(20th Century Girl), 사랑보다는 우정

by 씨네마사파리 2022.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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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과 복고라는 치트키

치트키가 안 먹히는 게임도 있는 법인가 보다. 첫사랑에 복고면 거의 끝난 게임인데 이럴 수가 있나 싶다. 영화가 너무 뻔하다. 현재의 여주인공인 한효주로부터 과거의 여주인공인 김유정으로 넘어가며 영화가 시작된다. 이런 장르의 경우 보통은 현재까지도 풀지 못하는 갈등이 있고 그 갈등이 참으로 너무나 사소한 것에서 비롯되었지만 그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었고 그게 참 마음이 아픈 그런 일이 있어야 하는데 이 영화는 그런 일조차 없다. 1999년의 특징들이 돋보이지도 않았다. 그 시대만의 분위기나 패션, 이슈 들이 주는 감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다. 과거의 소품이 주는 나름의 감성들이 있을 텐데 그것도 살리지 못했다. 디테일에 너무 신경을 쓰지 못한 것 같다. 결국 오래된 VHS 플레이어에서 주인공의 추억이, 과거의 장면들이 돌아갈 때 관객들의 마음 속에서 큰 울림이 있어야 할 텐데 공감이 되지가 않는다. 갑작스러운 남주의 죽음은 아마도 비행기 사고였을 것 같은데 이것도 의문이다. 왜 죽어야 하는 거지.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이유를 이렇게 만들어 내나 싶다. 개연성이 너무 없다. 역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의 한계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건축학개론>이나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와 같은 감성과 감동에서 한 발자국도 진보하지 못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화면을 뚫고 나오는 배우들

레트로인데도 배우들은 너무나도 현재의 사람들같다. 1988의 성보라나 성덕선같은 비쥬얼은 아니다.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 근데 또 <스물 하나 스물 다섯> 같은 느낌은 아니다. 김유정 배우는 너무 사랑스럽고 귀엽고 예쁘다. 연두 역을 한 노윤서 배우는 <우리들의 브루스>에서 보여줬던 당찬 연기와는 다른 결이지만 어쨌든 예쁘다. <청춘 시대>의 변유석 배우는 한결같이 스위트하고 나이스한 캐릭터를 잘 살려준다. 처음 본 박정우 배우도 역시 잘하고 있다. 

 

또 카메오들도 꽤 나온다. 이범수 배우는 학주로 나오고, 사빠죄(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박해준 배우는 보건교사로, 공명 배우는 소개팅남으로, 옹성우 배우는 풍운호의 동생 역으로 나온다. 캐스팅은 전반적으로 잘 되었고 특별 출연의 묘미도 있는 것 같다. 한효주 배우는 특별 출연이라고 해야 하나. 네이버에 의하면 특별 출연인 것으로 나온다. 그렇다고 한다.

 

좋은 배우들을 동원하고도 이렇게 허술한 영화가 나온걸 보면 연출과 각본의 힘을 정말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넷플릭스에서 <오징어게임>의 세계적인 흥행 뒤에 나온 보도자료 중에 이런 것이 기억에 남는다. <오징어게임>같은 성공작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수 십, 수 백 편의 실패작이 나와야 한다고. 실패를 많이 해야 결국 성공을 하게 된다고 말이다. <20세기 소녀>가 얼마나 흥행이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래의 어떤 성공작을 위한 영화 중 하나일 것만 같은 슬픈 예감이 들었다.

<20세기 소년>하고는 많이 다른 이야기

<20세기 소년>이라는 만화가 있다. 영화로도 만들어지긴 했는데 계획되어있던 속편은 만들어지지 않은 것 같다. 만화책으로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제목이 비슷해서 그냥 한 번 꺼내보는 이야기이다. 오사카 세계박람회에 대한 추억으로부터 시작되는 이 엄청난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 변해버린 기억을 제대로 마주하고, 진실을 꺼내보게 되었을 때 그 충격으로 일단 소름이 돋았던 만화였다. 그리고 살인 사건과 함께 전개되는 이야기의 사이즈가 얼마나 크고 거대한 지 책을 펼치면 절대 놓을 수가 없었던 기억이 난다. 20세기는 참 가까웠던 것 같은데 이렇게 하나하나 돌이켜보면 먼 것처럼 느껴진다. 전혀 장르가 달라서 둘을 비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다만 옛 추억을 소환했으면 최소한 그것이 단순한 기억만은 아니게 예쁜 추억에 대한 울림이라도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상상력을 발휘해서라도 말이다. 아무튼 2시간이란 시간이 참 아깝고 안타까웠던 것 같다. 뒤에 무엇인가가 나오리라는 기대가 헛된 것이었다. 최소한 그렇게 허무하게 죽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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