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기억해야하는가
리멤버의 뜻은 기억하라이다. 주인공 한필주(이성민 배우)는 영화 제목과는 다르게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치매 환자이다. 그러나 꼭 기억해야할 일이 있다. 그것은 이 영화의 주제와도 맞닿아 있는 것인데 친일 청산이다.
한필주는 함께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인규(남주혁 배우)와 함께 기억을 잃기 전에 해야 할 계획된 살인을 하나둘씩 시행해 간다. 한필주는 일제 강점기에 가족을 모두 잃는다. 지주였던 아버지는 공산당이라고 밀고를 당해 일본군에게 매질을 당해 죽는다. 충격으로 어머니는 광인이 되어 돌아가신다. 형은 친구에게 속아 징용 당해 지하 탄광에서 죽도록 일하다 진짜 죽어버렸고, 누이 또한 위안부로 끌려간다. 다시 고향에 돌아왔지만 자살을 한다. 이렇게 모든 가족을 다 잃은 한필주는 남은 생애 동안, 60년을 넘게 이 살인을 기획한다.
친일파였던 가해자들은 모두 승승장구한다. 군인으로 사업가로, 학자로. 현대에 와서도 여전히 잘나가고 있으며 일본과 손을 맞잡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되었다. 그들을 응징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현재 한필주는 뇌종양으로 인한 알츠하이머 환자이다. 그에게 조력자가 필요했다. 그래서 한필주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함께 일하던 인규(남주혁 배우)의 도움으로 살인을 진행한다. 그러나 단순한 아르바이트고 노인을 돕는 일인줄만 알았던 인규는 이제 엄청난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공감은 가지만 ...엉성하다.
주인공의 서사나 감독의 생각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러나 에피소드를 엮는 방식이나 디테일한 표현은 듬성듬성하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나 마지막에 터져나오던 김치덕 장군(가네야마 신이치)의 반성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친일이 옳다고 평생을 생각한 사람이 그렇게 쉽게 반성의 변을 털어놓다는 것이 이해가 안갔다. 끝까지 잘못했다고 하지 않으면서 어쩔수 없었다고 하면서 손녀딸 대신 총을 맞는 것이 더 현실감 있는 연출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 반전으로 활용된 한필주 재향군인상 수상이나 한필주의 당시 친일 등은 재미가 있었다. 다만 클라이스막스까지 가기 까지의 여정이 너무 부드럽게 흘러 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도대체 포르쉐가 왜 꼭 필요했을까. 범죄의 기본은 눈에 띄지 않기 아닌가. CCTV에 잡히지 않기 위해 하루를 병원 의자에서 보내기도 한 한필주인데 말이다. 또 형사가 한필주를 알아보는 장면은 너무 형사의 감에 의존한 것 아닐까. 자그마한 단서라도 있었고 거기에 감을 연결했다면 좀 더 이해가 갔을텐데. 사실 자그마한 의심이 중요한 것이고 그 뒤로 열리는 문은 시간의 문제일 뿐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 단초가 무엇인지 어떻게 생기는지가 중요한데 이 영화에선 그런 것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원작은 20년에 개봉한 리멤버 : 기억의 살인자라고 한다.
예상한 것처럼 독일 나치 전범 처벌이 주요한 스토리의 줄기인 것 같다. 주인공 역시 기억을 잃어가고 있고 수십년간의 준비로 전범들을 처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리뷰들을 보면 역시 오리지널에 점수를 더 많이 주는 것으로 보인다. 아쉽게도 이 영화를 보는 것이 어려운 것 같은데 원작을 한 번 보면 좋을 것 같다.
우리 영화 리멤버는 현재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서 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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