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데 도대체 무슨 얘기지?
더 메뉴는 외딴 섬에 있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펼쳐지는 괴기스러운 이야기이다. 어느 날 호손섬의 레스토랑에 5팀, 11명의 사람들이 초대를 받는다. 이들은 부유한 사업가 부부, 투자회사 임원들, 음식 평론가와 잡지사 편집자, 그리고 니콜라스 홀트가 연기한 타일러와 안야 테일러 조이(넷플릭스, 퀸스 갬빗의 주인공)가 연기한 마고 커플 등이다. 전체요리부터 시작하는 오늘의 코스 요리는 모두 랄프 파인즈가 연기한 슬로윅 셰프의 오마카세이다. 요리에 진심인 것 같기도 하고 요리가 무슨 예술 작품인 것 같은 분자요리들이 선보이는데, 한편으론 배는 부를까 싶은 코스가 계속 이어진다. 코스는 셰프의 음식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되며 매 코스마다 일어나는 해프닝까지도 이 코스의 일부분이다. 이 해프닝은 연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모두의 죽음으로까지 이어진다. 보통의 공포 영화라면 셰프와 모든 직원들, 그리고 손님들 간의 과거사가 있어야할 것이나 전혀 그런 것이 없다. 이 영화는 어떤 사회적 현상이나 사상에 대한 은유와 비판으로 가득차 있다. 요리가 만든 사람과 먹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는 것처럼 스크린에 가득 찬 요소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메타포인 셈이다.
마고는 왜 살려줬을까?
마고는 초대받은 손님은 아니다. 타일러 때문에 뒤바뀐 손님이다. 사실 손님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고용되었을 뿐이다. 마고가 살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이 점 때문인 것 같다. 마고는 이 이상한 카니발에서 수여자라기 보다는 공급자이다. 요리사들처럼. 그리고 마고는 이 허세 가득한 분자 요리에 대해 회의감을 갖고 있다. 조롱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 본연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래서 마고는 이 살의 가득한 공간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슬로윅 셰프의 초심을 환기 시켜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달랐다. 그들은 메뉴를 정확히 기억하지도 못했고, 언론을 빌어 식당을 망하게 하기도 하고, 엄청난 부를 축적하게도 했다. 이것은 음식 본연의 존재론적 가치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투자자의 입맛에 맞춰 메뉴도 바꿔야만 했다. 타일러의 경우는 아무것도 모른 채 열광하는 소비자를 대변하는 것 같은데 이 또한 음식과 이를 만드는 셰프에 대한 모독이라고 보는 것 같다. 이 모든 것에 대한 처벌과 응징이 바로 이 영화의 주된 스토리이다.
무서울 정도로 심한 자아 비판
자기 성찰이라고 해야할까. 이 모든 것에 같이 춤을 춘 셰프 자신 또한 자아 비판을 한다. 나도 이정도로 반성해야한다고 말한다. 이제 그 누구도 그러는 넌이라고 말할 수가 없어져버렸다. 이렇게 해서 결국 이 정찬요리는 완성이 된다.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는 매혹적인 분자 요리, 그리고 배우들의 몰입감 있는 연기, 마지막으로 특별한 서사는 없지만 요즘 우리 주변의 맛집,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먹방, 미슐랭 등등 이런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 자체에 있다고 생각이 든다.
현재 이 영화는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서 관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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