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던 엄마가 돌아와서 나를 공격한다면
범죄에 희생되어 죽은 사람들이 부활을 해서 그 범죄자를 죽이고,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에 타서 사라지는 사람들을 희생부활자라고 한다. 부활에 대한 조건이 있는데 범죄자에 대한 심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부활을 한다는 것이 영화의 설정이다. 어느 날 서진홍(김래원)의 엄마(김해숙)는 길에서 퍽치기를 당하고 죽는다. 범인은 잡혔지만 어딘지 모르게 석연치가 않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서진홍의 엄마는 희생부활자가 되어서 돌아온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을 공격하다가 코마 상태에 빠진다. 실제 범인은 서진홍이었을까. 안기부, 검찰, 경찰이 모두 나서서 이 사건에 주목한다. 경찰은 서진홍을 범인으로 특정하고 재수사에 돌입하고, 검사가 된 서진홍 또한 나름의 수사를 진행한다. 서진홍의 엄마는 왜 서진홍을 공격했을까. 과연 진범은 누구인가.
희생부활자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5km 이내에서 복수를 실행한다.
피의 성분 중에 철분이 과도하게 많다.
복수에 실패해도 죽는다.
빗속에서만 부활하고 소멸한다.
이렇게 세계관이 만들어지면 관객들은 아마 여러 가지 의문이 생기기 마련일 것 같다. 시체를 부검할 때 가장 직접적인 사인을 죽음의 최종 원인으로 보는데 만일 나를 죽인 사람이 둘 이상일 때는 과연 누구를 상대로 복수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나를 죽음으로 몬 것이 굉장히 복잡하고 다층적인 이유에 의한 것이라면 그것은 누가 판단하는 것일까. 정확하지 않은데 다른 사람을 죽여버렸다면 그 죗값을 누가 어떻게 치르는 것일까. 내가 복수를 위해 죽인 사람이 다시 나를 복수하기 위해 부활한다면 이게 정말 복수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냥 범죄의 희생이 되는 건 희생부활자 탓일까 아니면 그건 그냥 범죄일까. 영화에서는 그럼 점을 생각이라도 한 듯이 이 복수의 관계를 약간 복잡하게 꾸미고 있다. 근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 실타래가 쉽게 풀린다. 심지어 단순하기까지 하다. 그러다 보니 너무 싱거워져버린다. 관객을 약간 우롱하나 하는 그런 느낌. 심지어 감독이 곽경택 감독이라는 점에서 한 번 더 실망했다. 그리고 캐스팅 너무 좋았는데 김민준 배우를 저렇게 쓰나 싶다. 범죄도시 장첸이라도 염두에 둔 건가. 너무 오랫동안 작품을 안 해서 벌어진 일인가 보다. 아 그리고 전혜진 배우는 정말 차가운 경찰 역할이 좀
그런데 좀 화가 나는 부분이 있다.
(여기서부터 스포일러)
주인공이 사법연수생이던 시절부터 영화가 시작되는데 술에 거하게 취한 채로 냅다 트럭을 훔쳐서 뺑소니를 저지른다. 아무리 술이 사람을 마신다지만 희생부활자 세계관 구축하자고 뭐 이렇게까지 캐릭터를 설정하나 싶다. 배경이 2000년대 중반이고, 17년 개봉작이고 윤창호법이 18년이 생겼으니 그 간극은 이해는 하지만.... 물론 마지막에 주인공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 법정에 서긴 하지만 말이다. 여러 가지 범죄가 있을 텐데 하필 이걸 쓰나 싶다. 그러니까 22년 시점에서 볼 때는 좀 파렴치한 범죄라고 보여서 인상이 찌푸려진다.
그리고 마지막 신파. 희생부활자의 모든 설정을 깨부수어버리는 모성애. 역시 곽경태 감독 다운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근데 지금 시대에 안 먹히는 신파다. 음주운전에 뺑소니를 치고 그것을 커버하기 위해서 어머니가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르고 그것이 모두 다 아들을 위해서였다니. 그것도 막 사법고시를 통과한 아들을 위해서. 그리도 또 다른 희생자의 아버지는 왜 알코올 중독이어야만 했을까. 솔직히 딸의 죽음에 아버지가 일조한 부분도 있지 않나. 어린애를 그렇게 방치를 하다니. 그리고 그 경찰은 뭐가 그리 쉽게 뇌물을 받고 트럭운전사까지 마무리시키는지도 이해가 안 간다. 이게 정말 친구를 만들었던 곽경택 감독의 연출이 맞는건지 살짝 의심이 갈 정도였다.
찾아보니 희생부활자의 원작이 있다고 한다. 박하익 작가의 종료되었습니다라는 작품인데 설명을 보니 영화와는 다른 게 몇 번의 반전이 더 있는 것 같다. 왠지 원작이 훨씬 더 깊이 있게 문제를 다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불편했던 부분들이 실제 했던 사건들이었나 싶기도 하고, 역으로 그것을 꼬집기 위해서 만든 설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배경 없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내린 평점은 언제나 정확하구나 싶은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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