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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유환(영화)

올빼미(The Night Owl), 무엇을 보았는가.

by 씨네마사파리 2022.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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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보았다. 많은 것이 변했다. 가격이 주말 2D 영화였는데 16,000원이었다. 의자도 편안한 소파였다. 웬일인지 내가 앉은 열에는 나말고는 사람이 없었다. 다른 열은 모두 꽉 찼던데. 그리고 2시간을 버티는 것이 쉽지 않았다. OTT 시청습관에 익숙해져인 것 같다. 자막이 없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인조, 남한산성, 그리고 소현세자의 죽음

올빼미에 대해서 찾아보니 낮에 볼 수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밤에 특히 잘 볼뿐이지. 침을 놓는 소경(류준열 배우) 천경수는 밝은 빛에서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만 어렴풋이 무언가를 볼 수가 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이 올빼미이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조선 인조에 대해서 좀 알고 가는 것이 좋다. 영화에서는 남한산성의 사건, 그리고 소현세자의 죽음이라는 키워드로만 설명된다. 인조는 광해군을 밀어내고 왕이 된다. 인조를 왕으로 추대한 사람들은 명을 지지하고 청을 배척하는 무리이다. 인조도 이를 따를 수밖에 없었는데 결국 청과의 전쟁을 치르다가 남한산성까지 쫓겨가서 무릎을 꿇게 된다. 이것이 영화에서 계속 이야기하는 남한산성 사건이다. 이 일로 세자와 세자빈, 그리고 대군까지 청에 끌려가게 된다. 이 세자가 바로 소현세자이다. 기록에 의하면 소현세자는 청에서 돌아오자마자 얼마 되지 않아 죽었다고 한다. 학질이라고 적혀있으나 의문이 많이 남는 사건이라고 전해 내려진다. 소현세자는 영화에서도 나타나지만 친청 정책을 추구하고자 했던 인물이다. 청에서 오랜 유배생활을 했으니 당연히 선진문물을 봤을 테고 조선도 변화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인조와의 갈등을 유발했다는 것이 영화의 주된 줄거리이다. 이외에는 영화 서두에서도 나오지만 모두가 상상력에 기반을 둔 이야기이다. 

 

무엇을 보았는가.(스포일러가 있음.)

 

초반 영화의 재미는 침술사 천경수가 밤에만 보이는 것을 숨기고 궐에 어의로 들어가는 부분이다. 못 본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어두운 밤에 많은 것을 보고 행하고 있었다. 약재 정리도 깔끔하게 하고, 동생에게 편지까지 썼다. 그리고 결국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 말았다. 그가 무엇인가를 봤다는 것을 들킬까 그렇지 않을까 하는 것이 두 번째 재미가 될 것 같다. 그리고 하룻밤 동안 펼쳐지는 쫓고 쫓기는 암투. 뒤집히고 뒤집히는 배신과 반전. 이것이 마지막 재미인 것 같다.

 

사극에서는 보통 악인이라고 해야 하나. 주인공인 세자의 정적으로는 대비마마 또는 왕의 딸, 새로 들어온 후궁이나 중전이 설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의 경향은 점점 왕 자체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이제 막 종영한 김혜수 주연의 <슈룹>에서 왕은 가담자 혹은 방관자로 설정되어있다. 유해진 배우가 연기한 인조는 더 나아가 주도자이다. 사도세자를 죽인 영조의 이야기를 많이 떠올릴 텐데 요새 사극의 분위기가 이렇게 바뀌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우리가 조선시대 왕에 대한 이해가 일관된 방향으로만 구성된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왕은 적통을 원하고 세자를 왕으로 추대하려 한다는 것은 약간 고정관념이다. 왕은 왕이다. 그렇게 빨리 권력을 넘겨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 또 왕에게 반하는 세자는 아무리 세자라 할 지라도 버릇을 고쳐야만 한다. 죽여서라도.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조선시대 왕에 대한 기억이 하나둘씩 떠오르는 것 같았다. 이런 배경이 있다는 것을 알고 가면 영화가 훨씬 재미있었을 것 같다.

 
올빼미
맹인이지만 뛰어난 침술 실력을 지닌 ‘경수’는 어의 ‘이형익’에게 그 재주를 인정받아 궁으로 들어간다. 그 무렵, 청에 인질로 끌려갔던 ‘소현세자’가 8년 만에 귀국하고, ‘인조’는 아들을 향한 반가움도 잠시 정체 모를 불안감에 휩싸인다. 그러던 어느 밤, 어둠 속에서는 희미하게 볼 수 있는 ‘경수’가 ‘소현세자’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고 진실을 알리려는 찰나 더 큰 비밀과 음모가 드러나며 목숨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빠진다.아들의 죽음 후 ‘인조’의 불안감은 광기로 변하여 폭주하기 시작하고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경수’로 인해 관련된 인물들의 민낯이 서서히 드러나게 되는데...
평점
8.8 (2022.11.23 개봉)
감독
안태진
출연
류준열, 유해진, 최무성, 조성하, 박명훈, 김성철, 안은진, 조윤서

유해진 배우의 첫 번째 왕연기

 

무난했다고 본다. 연기 내공이 있으니 무리 없이 잘 해냈다. 다만 관객 반응은 중간에 버럭 하는 부분에서 웃음을 한 번 정도 터뜨렸다. 기존의 유해진 배우의 연기 스타일이 떠올라서였을 것이다. <슈룹>도 그렇고 <올빼미>도 그렇고 모두 의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이름도 비슷한 이형익과 이익현. 이형익은 소현세자를 치료했던 어의인데 기록에도 나오는 사람이다.  <슈룹>의 이익현은 가명으로 사실은 극 중에서는 태현 세자의 동생 영원 대군이다. 아무튼 어의는 바로 곁에서 왕족의 몸을 만질 수 있는 사람들이라 독살의 가능성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는 훨씬 큰 존재들이다. 

 

최무성 배우뿐만 아니라 안은진, 김성철, 조성하 배우 등 내로라하는 연기자들이 많이 나온 덕에 훨씬 이야기가 풍부하고 재미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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