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빌보다 가볍다.
일본을 배경으로 한 B급 감성의 킬러 영화하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빌이 가장 먼저 생각이 난다. 킬빌은 다 알다시피 주인공인 킬러가 복수를 위해 일본 야쿠자를 상대로 잔인하게 싸움을 해 나가는 영화인데 오래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여전히 회자되고, 패러디도 많이 되고 있다. 블릿 트레인을 보면 킬빌 생각이 난다. 킬빌이 일본의 집과 정원을 배경으로 싸움이 벌어진다면 이제 블릿 트레인은 도쿄에서 교토까지 가는 유카리라는 기차로 그 무대가 옮겨진 것 같다. 신칸센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도쿄에서 요코하마를 거쳐 시즈오카, 나고야를 지나 교토로 빠르게 가는 걸 보면 말이다. 기차 혹은 전철은 일본의 생활을 대표하는 상징물 중에 하나일 것이다. 도쿄에 가보면 알겠지만 정말 전철, 지하철은 일본인의 생활에 깊숙이 뿌리내려져 있다. 그리고 유카리의 내부를 보면 정말 일본 답게 온갖 캐릭터화되어있다고 할 수 있다. 캐릭터를 쓰고 있는 사람도 있고, 시트 커버도 캐릭터다. 승무원도 왠지 메이드카페에 나올 것처럼 생겼다. 전체적인 색감도 컬러풀하다. 블레이드 러너의 미래 도시 느낌도 나고, 공각기동대의 색감과도 비슷하다. 아무튼 흔히 말하는 일본색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디테일은 킬빌보다는 가벼운 느낌이었다. 둘 다 복수를 기본 테마로 하고 있지만 블릿 트레인은 훨씬 수다스럽다. 마치 장진 감독의 킬러들의 수다처럼. 물론 감독이 그 영화를 봤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킬빌이 비장미가 가득했다면 블릿 트레인은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 미쳐버리겠다.
정신 상담이 필요한 킬러들
기차 안에는 정말 다양한 킬러들이 타고 있다. 무당벌레, 텐저린과 레몬, 기무라 부자, 백의 사신, 프린스, 말벌, 커버, 늑대 등 총 10명이다. 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원인과 결과이다. 주인공인 무당벌레(브레드 피트)는 분노를 억누르고 항상 대화로 문제해결하는 것을 지양하며, 사람과의 관계 따위를 벽과 문으로 설명하는 살인자인데, 행과 불이 모두 마음속에서 나오며 운명을 헤쳐나가야함을 주장하는 캐릭터다. 킬러의 성격이 이렇게까지 디테일하게 나올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디테일을 좋아하는 편이다. 나중에 알게 되지만 킬러 하나하나의 과거사가 결국은 이날 교토행 열차 안에서의 모든 일을 다 만들어냈다. 이것은 행운일까 불행일까. 새옹지마처럼 행운이었으나 또 불행이 되고, 그 반대의 일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킬러들은 대게 분노한다. 그 폭발적인 아드레날린으로 상대를 때려 눕히고 처단한다. 그런데 무당벌레는 계속해서 분노조절을 잘하고 말한다. 그리고 인생은 늘 운이 좋은 것도 언제나 불행만 가득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런 킬링타임용 무비에서 이런 개똥철학을 왜 말하고 있는 것일까. B급 감성이 아닐 수 없다. 아내의 복수, 아들의 복수, 자신의 복수, 아버지의 복수, 상대의 복수....정말 할 수 있는 복수들은 다 이 특급 열차에 올라탄 느낌이다.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고 하던가. 이 연결고리를 끊긴 위해서는 정신 수양만이 답이 아닐는지. 감독은 그런 얘길 어쭙잖게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알 수 없는 킬러의 세계이다. 킬러들의 고뇌가 느껴지는 쓸데없는 부분이다.
A급 배우들의 B급 감성
브래드 피트를 필두로 애런 존슨이 메인으로 보였고, 라이언 레이놀즈, 산드라 블록, 팜케 얀선 등이 짧게나마 눈에 띈다. 그리고 예전에 미드 히어로즈의 주인공이었던 마시 오카라는 배우가 오랜만에 보였다. 히어로즈에서 순간적으로 원하는 곳으로 이동을 하는 그런 초능력이 있었던 것 같은데 확실치는 않다. 그런데 구글에서 출연진을 보니 레이디 가가 등도 나왔다고 하는데 전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아마 스페인의 결혼식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A급 배우들이 아니었으면 좀 참고 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이야기도 단순하고 계속되는 수다를 좋아하는 관객이 아니라면 큰 기대는 안하는게 좋을 것 같다. 아까도 말했던 것처럼 킬링타임용 영화이고, B급 감성이 싫다면 기대한 만큼 재미를 느끼기는 어려운 영화다. 그리고 브래드 피트가 톰 크루즈처럼 여전히 액션 영화를 계속해줘서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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