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덕스의 의미
<한산 : 용의 출현>을 재편집한 버전이 이번 <한산 : 리덕스>이다. 리덕스라는 것은 결국 감독이 재편집을 한 버전, 감독판 이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한산 : 용의 출현>을 보지 않아서 어떤 부분들이 달라지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리덕스 버전이 150분이고, 용의 출현 버전이 129분인걸 보니, 21분 정도가 추가가 된 것 같다. 아마 전투신이 추가가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인물 간의 관계나 사건의 전개에서 추가적인 정보가 필요한 부분들이 삽입되었을 것 같다. 워낙 인물들이 많이 나오고 빠르게 전개되는 대작이다 보니 리덕스 버전임에도 불구하고 기억하기가 쉽지 않았다. 2시간 30분의 러닝타임이다 보니 집중력이 많이 필요했고, 특히 기다리고 기대하던 전투신을 위해 1시간 반 이상을 참아내야 하는 것은 약간 힘이 들었다.
<명랑> 이후로 시간이 무려 8년이 지났다. 그러나 <한산 : 리덕스>는 극중 시간의 흐름상 <명량>의 프리퀄이다. 그리고 앞으로 개봉하게 될 <노량 : 죽음의 바다>는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를 그리게 될 예정이다. 정리하자면 <한산 : 리덕스>, <명량>, <노량 : 죽음의 바다> 이런 순서가 된다. 사실 <명량>에 대한 디테일한 기억이 희미하다. 검색을 해보니 같은 감독이고, 영화의 시간상 젊은 시절의 이순신을 다루고 있는데 정씨 여인(정보름), 임준영, 나대용, 와키자카, 이순신 등은 <명량>과 겹치는 캐릭터이다. 이순신을 박해일 배우가 연기하고 있다. 젊은 나이의 이순신은 매우 차분하다. 마치 겨울 살얼음판 밑을 흐르는 물줄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수가 굉장히 적고 늘 고뇌하는 리더의 모습이다. 결정적인 순간까지 최선의 답을 찾아내며 속고 속이는 혼란스러운 전장에서 냉철한 판단을 제시하는 명장의 모습이다. 첫 번째 가슴이 웅장해지는 포인트가 바로 이순신 장군 그 자체이다.
거북선이 이렇게 멋지다.
통영에서 거북선을 본 적이 있다. 이번 <한산 : 리덕스>에서는 3가지 형태의 거북선이 나온다. 맨 처음 등장한 거북선은 충돌하는데 효율적이나 머리가 한 번 들어가서는 빠져나오질 못해 문제가 있다. 그래서 나머지 거북선은 이러한 부분을 개선했다. 머리를 아래에 두거나 실제 거북이처럼 들어갔다 나갔다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철판을 두르고 있어 속도가 빠르지않은 부분도 개선했다. 당시는 내연기관이 없던 때이기 때문에 이 속도의 대부분은 순전히 노 젓는 사람들에게서 나왔다. (엄청난 광배와 이두, 삼두, 어깨, 하체 등 전신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나온다.) 전투신이 CG로 만들어졌다고 했는데 갑자기 화면 안으로 거북선이 들어오면서 속도감을 보여주는 장면이나 충파 순간, 그리고 포탄이 날아가는 모습 등은 매우 생동감 있고, 두 번째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순간이었다.
거북선뿐만 아니라 이번 영화에서는 그 유명한 학익진이 나온다. 학의 날개처럼 배들이 바다 위에 성을 쌓고 있는 진법인데, 백미는 화포가 배의 옆에 달려있어서 배들이 방향을 틀 때인 것 같다. 화력을 집중해 일본의 배를 무너뜨릴 때 짜릿한 쾌감이 있었다. 이 장면을 보기 위해 2시간을 기다려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조언자들
한산의 전투가 성공하기까지 수많은 조력자들이 등장한다. 향도(안성기 배우), 보름(김향기 배우), 임준영(옥택연 배우), 준사(김영규 배우), 이억기(공명 배우), 나대용(박지환 배우) 등등이 그들이다. 수염을 기르고 갑옷을 입는 등 분장을 해서 약간 알아보기 힘들기는 하다. 이렇게 많은 캐릭터가 등장할 때는 역시 네임벨류가 있는 배우들을 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어쨌든 각자의 역할을 충분히 해줘서 결국 전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되고 급박하게 함락될 것 같았던 전쟁은 장기전으로 돌입하게 된다. 이제는 이 영화의 마지막인 <노량 : 죽음의 바다>가 어떻게 마무리가 될지가 궁금하다. <명량>에 비해서는 흥행이 그렇게 되지는 않은 것 같다. 흥행 성적이 저조했다는 부분이 다음 편에 걸림돌이 될 것 같다. 유종의 미를 잘 거둘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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